
금은 언제나 반짝이지만, 세상의 빛은 늘 그 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불안할 때 금을 품에 안지만, 세상이 다시 안정을 되찾으면 그 반짝임은 서서히 잊힌다.
달러가 강해질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금은 달러의 그늘 아래 존재한다.
달러의 힘이 세질수록, 금은 마치 주인에게 눌린 하인처럼 조용히 뒤로 물러난다.
세상은 금 대신 더 강해진 통화를 택한다.
이율이 오르는 때도 금에게는 혹독하다.
은행이 이자를 더 얹어준다고 약속하는 순간,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은 설 자리를 잃는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금고 속 반짝임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이자를 주는 자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물가가 잠잠해지면 금은 또 한 번 잊힌다.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은 세상에서, 사람들은 금을 들고 있을 이유를 잃는다.
불안이 사라지면, 금의 존재 이유도 사라지는 것이다.
경기가 살아나고, 사람들의 표정에 자신감이 돌기 시작하면 금의 시간은 저물어간다.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주식 시장이 활기를 띠면
금은 더 이상 피난처가 아니라 낡은 기억이 된다.
전쟁이 멈추고, 위기의 조짐이 사라질 때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조용해지면 금은 조용히 빛을 낮춘다.
사람들은 평화를 믿고, 불확실성 대신 모험을 택한다.
그때 금은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
가끔은 중앙은행의 손길이 금을 흔든다.
나라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금을 팔아치울 때, 그 무게는 시장 위에서 갑자기 가벼워진다.
또 어떤 날에는 거대한 펀드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금값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꺼져버린다.
이렇듯 금의 가치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세상의 공기에 달려 있다.
두려움이 세상을 덮으면 금은 빛나지만, 안도와 자신감이 돌아오면 그 빛은 차갑게 식어간다.
그래서 금은 언제나 말없이 기다린다.
세상이 다시 흔들리기를, 사람들의 손끝이 다시 자신을 찾는 그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