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대이동

돈이 대대적인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금융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돈의 얼굴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게 감지됩니다. 10년 전만 해도 돈의 얼굴의 상당 부분은 ‘땀’이 차지했지만, 지금은 점점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지요. 사회 전체의 부는 노동소득 비중이 줄고, 금융소득 비중이 점점 증가하는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것도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말이죠. 이 격차를 방치한 채 그저 열심히 일만 한다면, 이 경제 시스템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우리가 처한 자본주의는 이미 5년 전과 딴판이 됐습니다. 고로나 팬데믹 이후 시중 유동성이 풀리면서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가상화폐로 흘러들었고, 이 시기 급작스럽게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확 늘었습니다. ‘코인 부자’, ‘영리치’, ‘부동산 갑부’가 대거 등장했지요. 부의 양극화가 심해졌고, 소위 넘사벽 하이엔드 부동산 시장이 열리게 됩니다. 5억, 10억 원 아파트가 각각 6억, 12억 원이 될 때, 25억, 50억 원 아파트는 50억, 100억 원이 됐습니다. 작은 돈은 작게, 큰돈은 더 큰돈을 벌어들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에도 뉴노멀이 생긴 겁니다. 어느 의사 부부는 “5년 전만 해도 웬만한 서울 아파트는 다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해졌다”라며 한숨을 쉬더군요.

한 푼 두 푼 저축만 하던 성실한 일개미들은 허탈해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됩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될까?’ 질문이 생기겠지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자기계발만이 최고의 자산’, ‘땀 흘린 노동의 대가가 최고’라고 믿는다면 현실을 외면한 정신 승리의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일단 돈 버는 주체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도 일하고 돈도 일하게 하는거죠. 월스트리트에는 ‘머니 네버 슬립(Money never sleep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은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니까요.

게다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역시 부의 재편을 초래했습니다.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면서 기업의 생산 효율성은 더 증가했는데요. 그렇게되면 임금은 천천히 오르지만, 기업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노동소득만큼 금융소득을 키우지 않으면 AI의 발달로 인해 늘어나느 기업의 부의 가치를 챙겨 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죠. 노동소득만 가져가는 나의 자산과 사회의 평균 총자산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일만 해서는 부자가 되기 힘든 세상이 됐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건 ‘돈 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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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시기는 위기이자 기회죠. 누군가는 크게 웃고, 누군가는 땅을 치며 후회합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돈 공부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부가 어떻게 재편됐는지, AI시대에는 노동소득이 어떻게 변화할지,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화폐는 어떤 지각 변동을 가지고 올 지 등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바빠서 경제 공부를 할 여력이 없다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무딘 도끼날로 그저 열심히 나무를 베는 나무꾼일지 모르겠군요. 잠깐 멈추고 도끼날을 날카롭게 벼리는 시간이 필요한 때입니다.

《topclass》 2025.07월호 김민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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