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와 이론

‘파생금융 사용설명서’를 읽고 있다.

요즘 들어 금융에서 이론과 실무의 지위가 바뀌어 있다는 점을 통절히 깨닫고 있다.(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과학과 기술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다.) 금융은 이론이 선행하고 거기에서 실무가 파생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역사는 이와 정반대였다. 이른바 이론가들이 스스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것들은 실은 실무를 하는 사람들이나 기술의 영역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이미 알고 수행하던 것들이었다. 이는 책을 쓰는 사람이 대부분 현장 경험이 없는 교수들인 반면,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런 저술 작업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식에는 일종의 선택적 편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들끼리 역사를 재생산하고 순진한 후대는 그렇게 믿도록 교육받는다. 새가 날수 있는 것은 새의 비행 방법에 관한 이론을 책에서 다룬 덕분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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