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국에 투자하라

머리말

변화의 실마리가 보인다

세계는 한국을 사는데, 한국인은 한국을 판다

코스피 상승세가 거침없다. 2025년 한 해 75% 가까이 오르면서, 지수 4,000은 코스피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주요 평가기관들의 예측도 코스피가 5,000까지는 무난히 오를 것을 가리키고 있다. ‘아직 더 간다’라는 게 외국계 투자사의 중론이다.

코스피 상승의 배경에는 외국인이 있다. 2025년 6월 한국의 조기 대선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0조 원 넘게 쓸어 담았다. 말 그대로 미친 듯한 매수다. 저자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수시로 묻는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해?”

한국의 높아진 위상이 드러나는 모습은 다양하다. 투자라는 방식 외에도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올랐다. 2024년 이후 핼러윈데이에는 아이들이 너도나도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인공 복장을 하고 거리를 누빈다. 한국의 음식이나 드라마, 화장품 등을 선호하는 경향은 이미 일반적이고, 한국인보다 더 빠르고 예민하게 트렌드를 캐치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한국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은 경제력, 트렌드 적합성, AI 경쟁력 등 수많은 주요 지표에서 세계 10위 안에 안착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국 상품을 못 사서 난리인 외국인들과 달리, 정작 한국 사람들의 자기 평가는 묘하다. 코스피만 두고 보아도, 상승세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속에는 의심이 가득하다.

정말 이상한 자기 비하다. 한국이 AI 시대에 뛰어난 경쟁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이미 해외에서는 상식인데 말이다. 이는 여러 지표로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와 코스피의 잠재력을 무시하는 것은 한국뿐이다. 한국 주식을 안 하는 게 당연한 듯 말하면서도, 미국 주식 얘기만 나오면 모두가 전문가가 된다.

“아직도 국장을 하세요?”라는 말에는 ‘미장에 투자하면 똑똑한 사람이고, 국장에는 바보들이나 투자한다’라는 속내가 자연스럽게 깔려 있다.

이런 경향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5년 기준, 한국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은 700조 원을 넘어섰다. 2019년 말 500조 원 수준이던 금액이 불과 5년 만에 거의 2배로 늘었다. 그중 약 90%가 미국 주식이다.

코스피가 기록적인 상승을 보였던 2025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그해 한국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 주식만 50조 원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 매수 금액보다도 많다. 한국 투자자들이 자국 주식보다 미국 주식을 더 많이 사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여한 일이 되어버렸다.

누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까? 왜 한국인은 유독 자기 나라 주식시장을 믿지 못할까?

‘니케이’와 ‘코스피’의 간극

2025년 코스피가 오르는 사이, 일본 니케이는 더 가파르게 달렸다. 니케이 지수는 2024년 30년 만에 4만을 넘기고, 기세를 몰아 2025년 5만을 돌파했다.

2025년 한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각각 3만 8,000달러와 3만 6,000달러다. 한국의 GDP는 이미 일본을 넘어섰다. 그런데 코스피는 이제 겨우 4,000선에 올랐다. 니케이에 비교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일본에는 한국이 자랑하는 AI 선도 기업이 없다. 삼성전자 아니면 SK하이닉스가 있나? 네이버 아니면 카카오가 있나? 그런데도 일본 증시는 5만을 기록한다. 왜일까?

답은 분명하다. 일본 국민이 일본 주식을 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니케이 상승 요인에는 일본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외국 매수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 계기는 따로 있다. 저축만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국민이 자국 시장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니케이 5만’은 그런 변화의 결과다.

이 시장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외국인의 영향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그 나라 사람들의 연금과 장기 자금이 시장의 바닥을 단단히 받치고 있는 선진 주식시장이다. 이는 곧 자국민이 사지 않는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손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미국의 경우 주식시장은 개인 투자 비중이 높다. 연금과 개인 투자가 시장을 떠받친다. 그래서 주가가 잠시 하락해도 금방 회복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024년 상반기 세제 개편 이후 일본 국민의 주식 매수는 전년 대비 3배로 늘었다. 그 결과, 30년 넘게 뚫리지 않던 4만의 천장이 깨졌다.

코스피는 달랐다. 외국인이 들어오면 오르고, 외국인이 나가면 무너졌다. IMF 구제금융 시절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뉴스에는 항상 ‘외인 매수’, ‘외인 매도’가 따라붙었고, 외국인 수급에 따라 출렁이는 시장이라는 뜻에서 오래도록 ‘천수답 시장’이라 불렸다.

자국민이 떠나면 결국 외국인과 투기꾼들이 주식시장을 채운다. 자국민의 장기 자금이 빠져나간 자리를 단기 자금이 채우면, 시장은 투자처가 아니라 투기꾼들의 사냥터가 된다. ‘외국인 먹튀’라는 말이 유독 코스피에서 반복되는 이유다.

투기 세력이 시장을 뒤흔들 수 없게, 외국인이 치고 빠질 수 없게 하려면 그나라 사람들의 자금이 단단히 받치고 있어야 한다. 호흡이 긴 자국민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하방을 지탱하는 자금이 있을 때, 시장은 외부 충격이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잠시 흔들린다 해도 금방 회복하는 저력을 갖추게 된다. 그런 신뢰가 쌓일수록 장기 자금이 다시 유입되면서 시장의 바닥은 점점 더 단단해진다.

코스피 1만은 숫자가 아니라 증명이다

코스피 1만은 비현실적인 수치가 아니다. 현재 4,000대인 코스피 지수가 연 20%씩 3년 오르면 7,000이 되고, 5년 오르면 1만이 된다. 일본이나 대만 수준의 밸류에이션만 적용해도 이미 6,000이나 7,000에 가까워야 맞는다.

코스피 1만은 단순한 지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한민국이 ‘진짜 선진국 시장’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걷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이 더 이상 외국인 자금에 흔들리는 변방의 시장이 아니라, 나스닥이나 니케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선진 시장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장기 자금이 바닥을 지탱하고, 개인 투자자는 장기 투자자가 되고, 기업은 10년 이상의 전략을 짜고, AI 유니콘이 속속 등장한다. 코스피는 더 이상 투기꾼들의 도박판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결과를 반영한 정직한 지표가 된다.

코스피 1만은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를 주식시장이 받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국민의 연금이 코스피에 투자되고 그 자금이 연 20%씩 성장하면, 한국 국민은 ‘주식 때문에 불안해지는’ 삶이 아니라 ‘주식 덕분에 마음이 편안한’ 삶을 살게 된다. 미국이 그래왔고, 일본도 그 길로 가고 있다.

코스피 1만은 한국의 산업 구조가 변화한다는 것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으로는 코스피가 1만에 도달할 수 없다. AI 소프트웨어・플랫폼 기업들이 연달아 등장해 상장하고, 성장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소수의 대기업에서 다양한 기술 기업과 혁신 기업으로 확장된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창업자와 엔지니어가 부자가 되고, 기술 기반으로 성공한 사례가 축적된다. 의대만 바라보며 공부하던 학생들이 엔지니어를 꿈꾸고,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던 인재들이 창업을 선택하는 나라가 된다.

코스피 1만은 단순히 주가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선택이 바뀌는 사회를 뜻한다. 한국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가 해소되고, 국가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을 상징한다. 무엇보다도, 코스피 1만은 한국인이 한국을 믿었다는 증명으로 남을 것이다.

‘기술은 1등, 경제는 2등, 자본은 3등’이라는 평가를 받던 대한민국이 기술로도, 경제도로, 그리고 자본시장으로도 선진국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증명. 그것이 코스피 1만이 갖는 진짜 의미다.

따라가던 나라에서 지키는 나라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 기업들은 대개 ‘피고석’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소송의 주제는 대개 특허나 영업비밀 침해였다. 원고석에 앉은 해외 기업 담당자는 “당신들이 우리 기술을 베꼈다”라는 주장을 쏟아냈다. 우리의 역할은 언제나 ‘방어’였다.

그러나 그 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미국 법정에서 한국 기업은 원고석에 앉는다. 그리고 승리를 거둔다. 이 변화는 저작권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년 전 나는 한국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를 중국기업 넷이즈가 무단 표절한 사전의 소송을 맡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은 게임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였고, 이제는 중국과 미국 기업의 ‘카피캣’을 걱정하는 위치에 서 있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다. BTS와 블랙핑크 등으로 대표되는 K-팝은 세계 차트를 휩쓸었고, 이 열풍은 애니메이션, 영화, TV 드라마로 확장하고 있다. 소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한국 웹툰 원작의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그 옛날 ‘따라가는 나라’였던 한국이 이제는 IP를 창출하고, 그 침해를 방어하고 있는 나라로 거듭난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에서 1등이고, 게임이서 1등이며, 콘텐츠에서도 1등이다. 챗GPT 유료 구독자 수만 봐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르는 활발한 AI 선진국이다. 이런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상승에 베팅한 지 오래다.

코스피 1만의 조건에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마지막 퍼즐 조각은 분명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한민국 주식 매수’, 즉 천만 ‘동학개미’의 힘이다. 그리고 나는 이 흐름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외치는 ‘코스피 전도가’가 되고 싶다.

한국 주식시장은 1만의 자격이 있다. 1만이 되어야 하고, 1만이 될 것이다.

2026년 1월, 실리콘밸리에서
나탈리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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